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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론파_키아쿠_쿠즈류 후유히코X페코야마 페코].png

“오빠! 이따 가는 무도회 준비 안하는 거야?”

 

쿠즈류가의 차녀, 쿠즈류 나츠미가 쿠즈류파의 후계자인 자신의 오빠 쿠즈류 후유히코의 방문을 열고는 물었다. 쿠즈류 후유히코는 그런 쿠즈류 나츠미를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대답했다.

 

“왜 야쿠자가 그런 걸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데.”

 

쿠즈류 나츠미는 자기 오빠의 어깨를 잡고는 말했다.

 

“에이, 아버지께서 우리가 꼭 가야한다고 하셨잖아. 오빠는 아버지를 아직도 모른다니까. 이런데에 가서 다른 가문들의 콧대를 꺾어버리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다니, 아버지께서 알면 분명 이런 것도 이해 못 하냐며 화내실거야.”

 

“하.. 일단 알겠어. 그런 시끌벅적한 곳에는 불참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말씀이니 어쩔수 없지. 30분 내에 준비한다고 말씀드려.”

 

“알겠어,오빠!”

 

쿠즈류 나츠미가 그의 방문을 닫고 나가자,쿠즈류 후유히코는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렸다.

 

“..귀찮다니까..”

 

그의 마음이 어떻든 간에, 쿠즈류 후유히코, 쿠즈류 나츠미, 쿠즈류파의 현보스인 그들의 아버지와 쿠즈류파 대부분의 인원이 곧 열릴 무도회의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무도회장에 도착하자, 쿠즈류파의 조직원들이 쿠즈류 가족의 앞과 뒤에 서며, 무도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도 남을 포스를 풍기며 들어왔다.

 

“어이어이, 우리가 온 게 어디 놀랄 일인가. 계속해서 즐기기나 하라고.”

 

쿠즈류 후유히코와 쿠즈류 나츠미의 아버지가 위협적으로 말을 내뱉자, 사람들은 애써 무서운 표정을 감추며 즐기는 표정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고, 그 모습은 쿠즈류 후유히코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정녕 이것이 즐겁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가 생각하던 찰나, 한 무사와 그 무사의 딸로 보이는 여자가 그의 아버지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무사는 그의 아버지에게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그쪽은 사람들이 겁먹는 모습을 보는게 즐거우신가봅니다? 역시 조폭인 걸 굳이 티내고 다니시는군요. 그 버릇 아직도 못 버리셨습니까?”

 

“아이고, 이게 누구야. 한낱 도망노예였다가 꼬리 한번 잘 흔들어서 노예신분에서 겨우 벗어난 페코야마 가문의 당주 아니셔?”

 

“적어도 폭력질하는 그쪽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 보안은 어떻게 되어있는 겁니까? 당신 같은 범죄자들도 이렇게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면 정말 글러먹은 것 같은데요.”

 

“우리가 너희 같냐? 최고의 보안이어도 우리 쿠즈류파가 이길거다.”

 

쿠즈류 후유히코의 아버지도 그에 지지 않았고,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걸 느낀 쿠즈류 후유히코는 그저 미소를 띠고 있는 자신의 동생에게 속삭였다.

 

“넌 이 분위기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드는 거냐?”

 

“왜~? 재밌잖아.”

 

쿠즈류 후유히코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었고 앞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무사의 딸처럼 보이는 듯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응..?’

 

쿠즈류 후유히코는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을 계속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그때 그 여자가 그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치더니 죽도 하나로 그의 뒤에 있던 조직원들을 모두 기절시켰다. 눈치없던 쿠즈류 나츠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오빠의 귀에 대고는 속삭였다.

 

“우리 조직원들보다 나은 거 같은데?”

 

그 무사는 쿠즈류 후유히코의 아버지의 면전에 대고 말했다.

 

“내 딸한테도 지는 쿠즈류파는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강한 건 아닌가 보군요.”

 

그의 아버지는 화를 내며 뭐라뭐라 말하는 듯 했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끝났습니다,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에게 돌아가 태연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실 겁니까, 아버지?”

 

“넌 여기 남아라, 후유히코. 모두가 우르르 가는 것도 보기 좋지 않으니까. 이 기회에 그 잘난 높으신 사람들이나 알아두어라. 나츠미, 가자.”

 

“힝.. 알았어요, 아버지.”

 

그를 제외한 쿠즈류파 인원이 전부 떠나자, 그는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페코야마가의 딸인 그 여자를 발견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등을 톡톡 쳤다. 그녀는 뒤돌아 그를 보고는 말했다.

 

“.. 아까 계셨던 쿠즈류파의 장남 아니십니까.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금 당장 바쁜 일이라도 있으신..있는가.”

 

쿠즈류 후유히코는 생전 써본적도 없는 말투를 써가면서까지 그녀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바쁜 일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자리를 옮겨서 대화해도 괜찮겠..는가..?”

 

“그러죠. 앞장서 주십시오.”

 

그는 그녀의 앞에서 걸어가면서 애써 붉어진 그의 얼굴을 감추었다. 그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정원에 도착하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여기.. 괜찮은가..?”

 

“어디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편하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럼 편하게 말할게.. 혹시 이름이..”

 

“페코야마가의 차기 당주 페코야마 페코입니다.”

 

“그래.. 페코야마 페코, 초면인데 당황스럽겠지만.. 나, 널 좋아해.”

 

“예..?”

 

“.... 아.. 아냐. 못 들은 걸로 하지..”

 

“.. 그게 ... 저.. 저도 쿠즈류님에게 호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도구가 사랑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널 보고 도구라고 하는데? 넌 도구가 아냐.”

 

“.. 전 태어났을 때부터 누군가의 칼이고 누군가의 방패였습니다. 이런 걸 어찌 도구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아니잖냐. 과거에는 네가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의 너는 너 자체로 살아갈 수 있다.”

 

“제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쿠즈류 후유히코는 발을 들어 페코야마 페코의 어깨를 토닥였다.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거다.”

 

“.. 그렇게 말씀해주신 분은 아버지 이후로 처음이에요..”

 

“아버님 이후로 처음이라니, 기분은 좋은데?”

 

그 다음날 둘은 각자의 집에서 아버지에게 둘의 결혼을 허락해달라 간청했다.

 

“한낱 도망노예였던 가문의 딸과 결혼할 거라고? 절대 안된다!”

 

“그 조직폭력배랑 결혼한다고? 차라리 아버지가 다른 좋은 신랑감을 소개해줄태니 그 사람과 결혼하면 안되겠니?”

 

그런 두 아버지의 태도에 두 사람은 한결같이 대답했다.

 

“페코가 아니면 안됩니다!”

 

“.. 그분이 아니면 안됩니다, 아버지.”

 

“됐다, 페코. 아버지가 좋은 사람 알아볼테니 그동안은 밖에도 나가지 말아라.”

 

“아버지..!”

 

페코야마가의 가주는 그녀를 외출금지 시켜버렸고 페코야마 페코는 방에 틀어박혀 있는 채로 지내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지않고 서랍에서 옛날부터 보관해뒀던 독약을 꺼냈다. 그 독약은 먹으면 일정시간동안 심장이 멈추는 약이었고 그 시간이 많이 길진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약이었다.

 

그녀는 그 약을 먹고 죽은 척해서 가족이 그녀에게 장례식을 치뤄주기 위해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그때 도망쳐서 쿠즈류 후유히코에게 가는 계획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약을 삼켰고 이내 잠들었다.

 

“오빠, 정말 이럴거야? 아버지께서 아시면 크게 화내실거야.”

 

“그래, 페코한테 갈거야. 망 봐줘서 고맙다.”

 

“그 언니가 멋져서 도와준거야! 빨리 가기나 해.”

 

“그래야지.”

 

한편 쿠즈류 후유히코는 동생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서 나와서 그녀의 집으로 몰래 갔다.그는 페코야마 페코가 말해준 방의 창문을 조심스래 열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을 모르는 그는 그녀의 상황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페코? 페코..?”

 

그는 페코야마 페코의 맥을 짚어 보았다. 당연하게도 심장은 뛰지 않았다.

 

“젠장.. 페코..!”

 

그는 그녀에게 심페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심장은 뛰지 않았고 그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페코.. 널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 이렇게 죽지마.. 제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주머니에서 장전된 권총을 꺼내서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갖다댔다.

 

“페코.. 사랑해..”

 

총성이 서글프게도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예상보다 약효가 빨리 끝난 페코야마 페코가 일어났다.

 

“.. 약효가 생각보다 짧네.. 어..?”

 

그녀는 자신의 옆에서 쓰러진 쿠즈류 후유히코와 그의 옆에 있는 피가 묻은

권총를 보고는 상황파악을 끝냈다.

 

“.. 쿠즈류님..?”

 

그녀는 그를 자신의 무릎에 눕혀 흔들었다

 

“일어나주세요.. 일어나주세요, 쿠즈류님..!”

 

그녀는 쿠즈류 후유히코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는 살아 있었을 그의 옆에 있는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갔다대었다.

 

“후유히코님.. 마지막으로 어리광을 부려도 되겠습니까..?”

 

물어도 대답을 할 수 없는 그에게 질문을 한 그녀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 가서도 후유히코님이 절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권총을 썼던 자의 피가 그녀의 관자놀이에 묻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평화로운 웃음을 지었다.

 

“.. 안녕히.”

 

권총의 서글픈 총성이 다시 울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방금까지 서로를 사랑했을 둘의 몸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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